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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책] 한동훈 장관이 신임 검사에게 ‘글쓰기’를 주문한 까닭은

장주영 여행+ 기자 조회수  

[여행+책] 한동훈 장관이 신임 검사에게 ‘글쓰기’를 주문한 까닭은

#1. 소설가 장강명은 최근 한 언론에 중년이 될수록 생각의 속도보다 깊이가 매력적인 사람이 돼야 한다는 글을 기고했다. 지식을 나열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지닌 지식에 주관, 경험까지 더한다면 소위 ‘콘텐츠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가 당부한 것은 ‘독서’다. 간접 체험과 지적 자극을 공급하는 수단으로 책을 읽는 것이 으뜸이라면서 말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 사진 = 매경 DB

#2. 지난 해 여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신임 검사 특강에서 ‘좋은 검사의 필수 조건’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글을 잘 쓸 것, 그리고 말을 잘 할 것이다. 언뜻 떠오르는 사명감이나 정의감 등과는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한 장관의 이어진 설명을 들으면 수긍이 간다.

그가 주목한 것은 검사라는 직업이 설명과 설득을 잘해야 하는 사람이라서다. 판사와 국민에게 이해하기 쉽고,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하는 게 숙명인 이들이니 말이다. 이를 위해 한 장관은 신문 읽기를 당부했다. 이슈를 놓치면 뒤처지게 되고, 이슈에 대해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만들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 = 언스플래쉬

결국 글을 쓰는 것, 그리고 읽고 말하는 것을 위한 노력은 입이 아프도록 얘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다만 실천하는데 까지가 어려울 뿐이다. 자신의 깜냥을 높이기 위해서 또 보다 알찬 삶을 살기 위해서 글쓰기와 독서는 분명 훌륭한 밑거름이다.

최근 쓰고 읽고 말하기에 안성맞춤인 책이 등장해 관심을 끈다. 공교롭게 세 권 모두 ‘여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여행전문기자가 쓴 글쓰기 가이드를 시작으로, 십 수 년 동안 여행분야를 취재한 전문기자의 에세이, 그리고 베테랑 영화마케터가 전국 방방곡곡의 영화제를 다니며 풀어낸 영화제 이야기까지 주제 또한 다양하다.

100만 클릭 터지는 독한 필살기 l 신익수

부제 : 15일 완성‧15개 클릭 유발 글쓰기 공식

제목부터 강하게 도발한다. 저자가 노리는 핵심을 한 문장에 담았다. 누구나 글쓰기 하나로 100만 클릭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허공에 외치는 농담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그의 허세는 이미 한 차례 검증을 거쳤다.

2019년 발간한 전작 ‘100만 클릭을 부르는 글쓰기’는 대만 광하 출판사와 판권 계약을 맺고 대만 홍콩 마카오 등 3개국에 중국 번체로 번역해 2만부 가까이 팔렸다. 글쓰기 실용서가 해외로 진출한 사례는 드물다. 아니 아예 없다 봐도 무방하다. 그만큼 저자는 그가 만든 글쓰기 공식에 진심이다.

슬슬 저자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책을 집필한 이는 신익수 매일경제신문 여행전문기자다. 신문기자와 클릭의 인연이 어색한 듯 하지만 결정적 계기가 있다. 네이버 여행플러스에 발을 디디면서 부터다. 믿거나 말거나 그가 여행플러스를 통해 만들어 낸 뷰수만 10억 뷰가 넘는다. 클릭의 총아로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이후 클릭이란 한우물만 판 끝에 첫 글쓰기 책이 탄생했고, 2탄의 출간으로 이어졌다.

저자가 내놓은 글쓰기 필살기를 맛보기만 소개하면 이런 식이다. 이를 테면 클릭 터지는 마법의 공식 (A + B) × C’이라 명명한 글쓰기다. 돈 앞에 이성은 무장해제하기 일쑤다. 바로 그게 3000만 원짜리 샤넬 백 사러 오픈 런하는 뉴스에 클릭이 모이는 이유다. ‘돼지고기 맛집 꿉당’이라는 맛집 투어 여행기만 봐도 그렇다. 제목 앞에 ‘BTS가 다녀간’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 꾸밈 하나만으로 100만 클릭 터지기 좋게 마중물 역할을 할테니 말이다.

‘SMILE’ 법칙도 눈여겨 볼만 하다. ‘믿기지 않는 제목’을 다는 것이다. 핵심은 미라클 확장이다. ‘미라클 = 기적’ 정도로는 안 된다. ‘황당, 충격, 엽기’적인 미라클, 상상초월 미라클 같은 ‘극강의 기적’ 스토리와 ‘극강의 제목’만 먹힌다.

이렇게 이 책에서 저자는 ‘딱 15일을 투자해 정복하는 15개 클릭 필살기’를 정리했다. 1탄이 왕초보용이었다면, 2탄은 철저히 프로 클릭러를 염두에 두고 쓴 ‘프로용’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콘텐츠를 업으로 하는 마케터, 예비 창업자들도 돈 되는 클릭 유발법의 엑기스를 뽑아 먹을 수 있는 유용한 책이다.

내밀한 계절 l 강경록

완벽주의자 내지는 독한사람이라 불려도 물러서지 않았다. 묵묵히 매주 한 곳씩 여행 기사를 쓰며 10년을 넘겼다. 어림잡아 500곳은 족히 된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책은 출발했다. 그가 일일이 발로 디디며, 눈에 담으며, 귀로 들으며, 입으로 맛보며, 코로 맡았던 그 500곳 넘는 순간을 글로 펼쳐냈다.

대신 자신과 하나의 약속을 했다. 즐거움이란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저자에게 여행의 즐거움이란 의미가 더해지는 것과 같다. 예컨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 자연, 건물이나 장소, 음식과 생활 등이 품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데서 즐거움은 비롯한다.

이에 저자는 오감에 더해 작은 속삭임을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는 마음을 활짝 열었을 때야 여행은 온전해진다고 말한다. 그 온전함으로부터 생의 갈라진 틈에 스며들어 채울 새로운 이야기들이 고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사소하지만 단단해 스러지지 않고 씩씩하게 버텨주면서 말이다.

같은 곳에서 다른 멋을 찾아내는 이 책의 글쓴이는 강경록 이데일리 여행전문기자이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을 꼬박 여행 관련 글로 채웠다. 그가 생각하는 진짜 여행의 매력은 ‘자연은 말이 없다’라는 것이다.

자연은 거대한 노목처럼 늘 그 자리에 있고 말없이 제자리에서 언제 찾더라도 똑같은 모습으로 반겨준다. 물론 사시사철 제각각 다른 옷을 차려입지만 매번 품을 내주는 것은 같다. 또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대해준다. 그 어떤 평가도, 다그침도 없다. 바로 이런 점이 그가 10년을 누빈 끝에 깨달은 결과물이다.

이 책에는 저자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이야기, 그래서 본인의 새로운 이야기가 된 여행지 40곳이 담겨 있다. 일부는 이미 너무 유명한 곳이고, 많은 이들이 다녀와 여행기를 남긴 곳이기도 하지만 저자만의 사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새로운 이야기들이 하나씩 숨어 있다. 숲에서 깨달음을, 호수에서 예술을, 마을에서 애환을, 꽃에서 사람을 찾아내는 그만의 내밀한 이야기가 직조된다.

강원도 평창 오대산 선재길에서는 숨을 고르고, 광주 무등산 돌기둥에서는 눈이 열리고, 충남 태안 내파수도에서는 피안에 깃들었다. 또 경기 안산 풍도에서는 멀리 향기롭고, 경남 고성 학동마을에서는 이야기를 만났다.

저자의 책 추천글에서도 얘기했듯 여행 에세이를 읽고 나면 세상이 고달프다고 생각할 때 박하사탕같이 입안이 화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중에 네가 좋아하는 영화제 하나는 있겠지 l 김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이 순간에도 전국 어디에선가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면 믿겠는가. 실제 그렇다. 매년 국내에 수백 개가 넘는 영화제가 막을 올린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소위 네임드(named) 영화제는 손에 꼽는다. 우리가 모르고 지나간다고 그 영화제의 재미나 매력이 떨어지느냐. 결단코 아니다라고 20년차 베테랑 영화 마케터인 저자 김은은 단언한다.

이 책은 20년 간 영화계에서 활약한 베테랑 홍보 마케터 김은 작가가 특색 있고 개성 넘치는 영화제들을 소개한다. 일단 그 면면이 다채롭고 흥미롭다. 여름 숲속 한가운데 쏟아지는 별빛 아래 펼쳐진 야외상영관의 낭만으로 입소문 난 산골영화제부터 재래시장 한복판에서 열리는 마을 축제와도 같은 영화제, 오감을 자극하는 음식과 영화의 맛있는 한상차림까지 상상하면 눈앞에 내놓는 마법램프같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먼저 읽은 영화인들의 반응도 흥미롭다. 제작사 필름있수다의 대표이자 영화 ‘거룩한 계보’ ‘박수칠 때 떠나라’ 등을 연출한 장진 감독은 읽다 보니 부러워지고 책을 덮을 쯤엔 부끄러워졌다고 전했다. 장 감독은 영화를 만들고 태평스럽게 ‘누군가 봐 주겠지’ 하고 기다린 내가 축제를 찾아 영화를 발견하는 김은의 여정에 이토록 초라해질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남한산성’ 등의 분장감독을 역임한 조태희 하늘분장 대표는 영화제를 보면 오히려 영화가 너무나 궁금해지는 신기함을 경험한다면서 영화보다 더 다양한 영화제를 경험과 통찰력으로 엮은 이 책을 읽고 한 분야의 끈질긴 집념을 동경해 본다고 술회했다.

실제 책 속의 영화제 이야기는 더욱 감정을 흔든다. 서핑 그리고 영화가 있는 강원도 양양의 그랑블루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김 작가는 책 속에서 이렇게 기술한다.

여느 영화제처럼 화려한 무대 의상도, 레드카펫도 없다. 큰 상영관에서 수백 편의 영화를 상영하지도 않는다. 얼굴 익숙한 배우들마저 휴가 온 사람인양 편한 복장으로 마이크 앞에서 인사하고, 관객들 역시 바닷가 패션으로 그저 영화와 바다, 그곳의 여름 분위기를 즐긴다. 소박한 바닷가 상영관에서 물과 바다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하루에 한두 편 상영되는 느슨한 영화제. 해마다 거창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보다 ‘밤샘 상영’, ‘새벽 요가’ 같은 듣기만 해도 힐링되는 코너로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예매 경쟁도 없으니 치열함도 없다. 선글라스를 쓰고 새카맣게 그을린 모두가 밤에 저마다 삼삼오오 모여 영화와 인생을 이야기한다.

p.35 바다, 서핑 그리고 영화_그랑블루페스티벌, 강원 양양

힐링과 즐거움 등 온갖 행복한 단어들을 떠오르게 하는 영화제라는 생각마저 든다. 영화와 여행이 하나가 돼 온전히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들어지지 않을까란 상상도 갖게 한다. 역시나 이 책을 낸 이들의 예언은 적중한 듯 하다. 책을 덮을 쯤엔 가고 싶은 영화제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지도 모를테니 말이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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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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