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90년대 해외에서 먼저 시작해 국내에 2000년대 중반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초창기 최대 6시간 단거리 비행만 제공하던 저비용항공사는 점점 저변을 넓히고 있다. 지금은 10시간 이상 먼 거리 비행기를 띄우면서 대형항공사와 경쟁을 펼친다. 국내에도 10시간 장거리 비행편 서비스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저비용항공사 이용해서 미국도 가고 유럽도 그리고 지구 아래 반대편 호주도 간다.
LCC를 타고 10시간 비행, 과연 할만한 일일까.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중순, 호주 저비용항공사 젯스타를 타고 겨울 막바지에 다다른 브리즈번으로 떠났다. 지난 2월 취항을 시작한 젯스타 인천~브리즈번 항공편을 이용하면 호주 3대 도시로 꼽히는 브리즈번은 물론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골드코스트 여행이 가능하다.
# 앞뒤 좌석 간격 76㎝, 대형 항공사랑 비슷한 수준
국내 혹은 일본 그리고 동남아까지 대략 6시간 안쪽으로는 저비용항공을 이용해봤지만 9시간 귀국편은 10시간은 처음이었다. 비행 전 가장 걱정했던 것은 좌석 간격이다. 괌이나 베트남을 오가는 몇몇 저비용항공사 비행기는 앞뒤 간격이 너무 빡빡해 불편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젯스타 인천~브리즈번 노선은 보잉 787 드림라이너 광동체 항공기를 사용한다. 이코노미 기준 좌석 넓이는 17㏌(약 43㎝), 좌석 간격은 30㏌(약 76㎝). 좌석 간격은 열과 열 사이 간격을 말한다. 보통 앞 좌석 머리부터 본인 좌석 머리 받침까지 혹은 의자 하단 지지대 간 길이를 말한다. 인천~호주를 운항하는 여타 대형항공사의 이코노미 좌석과 별 차이가 없다.
일단 인천 출발 비행기는 오후 9시 50분이다. 6시 칼퇴근 후 조금만 서두르면 충분히 공항에 도착할 수 있다. 밤 비행기라서 오히려 간편하다. 저비용항공사 특성상 기내에서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는 데 전부 돈이 든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계획이라면 잠자리 준비만 철저하게 하자. 밤잠이 없다거나 비행기에서 잠을 잘 못자는 사람이라면 태블릿은 필수다. 영화나 드라마를 빵빵하게 다운 받아 가시길.
좌석마다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모니터도 각각 달려있었다. 합리적인 가격을 강조하는 저비용항공사답게 제공물품을 최소화했다. 자리에 도착하니 아무것도 없었다. 베개와 담요는 물론 칫솔 치약도 공짜로 주지 않는다. 물론 돈만 내면 기내에서 다 살 수 있다. 담요와 목 베개 일회용 슬리퍼, 귀마개, 립밤, 핸드크림 그리고 펜까지 총 11개 물품이 담긴 ‘칠 키트’ 27 호주 달러(약 2만4000원)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오후 11시쯤 음료와 음식 실은 카트가 등장했다. 모두에게 주는 것은 아니다. 원한다면 돈을 내고 음식과 음료를 주문해야 한다. 식사라기보다는 샌드위치나 컵에 담긴 베트남쌀국수처럼 간단한 음식이 많았다. 따뜻한 요리로는 클래식 비프 라자냐와 베지 데리야끼 누들이 있다. 15호주 달러를 주고 라자냐를 주문했다. 다른 곁들임 음식 없이 종이 박스에 담긴 뜨끈한 라자냐 하나가 금방 서비스됐다.
식사는 예약하는 것이 완전 유리하다. 음식 하나 가격에 음료를 하나 무료로 준다. 먼저 구매한 사람에게 먼저 음식을 서비스해준다. 그 후에 기내에서 주문하는 사람들 차례다. 기내 결제는 아맥스와 유니온을 제외한 모든 신용카드 가능하다. 애플페이, 삼성페이도 가능하다고. 단 현금 결제는 안 된다.
간식거리를 꼭 챙기는 것이 좋겠다. 기내에서 제공하는 음식이 안맞을 수 있으니 주전부리를 가지고 타라. 비행기에서 음식을 주문해 먹어야겠다면 앞에도 말했듯이 무조건 예약을 하는 게 유리하다. 예를 들어 예약하면 총 15호주 달러(약 1만3000원)에 커피와 라자냐 세트를 먹을 수 있지만 기내에서 사면 라자냐 하나에 15호주 달러을 받는다. 공짜로 제공하는 것은 이어폰과 물이다. 추위를 많이 탄다면 담요는 꼭 챙겨야 한다. 비행기 안이 추운데, 대형 항공사와 다르게 담요를 무료로 주지 않는다. 물병도 챙기면 좋다. 승무원에게 부탁하면 병 가득 마실 물을 채워준다.
비즈니스 좌석은 침대처럼 일자로 펼쳐지는 풀플랫은 아니다. 풀 서비스 좌석으로 주류와 기내식이 전부 다 포함되어 있다. 총 19석인데 거의 만석을 채워서 간다고. 남는 자리가 있다면 일정 정도의 추가 요금을 내고 체크인 데스크에서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
# 아태지역 최고의 저비용항공사로 꼽힌 젯스타
젯스타 항공은 콴타스항공과 싱가포르 자본가가 공동 투자한 저비용항공사다. 2004년 영업을 시작해 호주 국내선과 뉴질랜드 국내선,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 주요 도시 국제선을 운항 중이다. 젯스타 그룹은 호주와 뉴질랜드에 기반을 둔 젯스타 항공(콴타스 그룹 계열사),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젯스타 아시아, 일본에 기반을 둔 젯스타 재팬으로 이뤄져 있다. 2021년에 아태지역 ‘최고의 저비용항공사(Best Low-Cost Airline)로 선정되었으며, 2022년에는 에어라인 레이팅(Airline Ratings)이 발표한 ‘2022년 세계 10대 저비용항공사’에 선정돼 우수한 안전 기록과 서비스를 인정받았다.
젯스타항공은 2022년 서울~시드니 노선, 2024년 2월 서울-브리즈번 노선은 운항 시작을 시작했다. 335석(비즈니스 클래스 21석, 이코노미 클래스 314석)을 갖추고 있다. 드림라이너는 더 깨끗한기내 공기, 낮은 기내 압력, 난기류 흔들림 감소, 더 넓은 좌석, 더 큰 창문, 햇빛과 유사한 LED 조명 등을 갖췄다. 인천~브리즈번 비행 일정은 화, 목, 토요일 오후 9시 50분 출발해 오전 8시 브리즈번 도착이다. 돌아오는 편은 화, 목, 토요일 오전 11시 30분, 인천에는 오후 8시 15분 도착이다.
# 아는만큼 싸게 편히 간다, 모든 것은 미리미리
저비용항공사 장거리 노선은 아는만큼 쓰는만큼 편히 갈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이코노미 좌석에서는 △좌석지정 △기내식 △엔터테인먼트 △추가 수하물 △추가 기내 반입 허용량 등의 옵션을 추가할 수 있다. 티켓을 예매할 때 전부 미리 추가가 가능하다.
출발일과 도착일을 설정하면 다양한 가격대 티켓이 검색된다. 원하는 항공편을 선택하면 다양한 옵션이 포함된 번들 티켓 4가지로 다시 세분화된다. ‘스타터’는 휴대 수하물 7㎏만 포함했다. 가장 대중적으로 선택하는 ‘스타터 플러스’는 수하물과 기내식이 포함됐고 그 다음 단계인 ‘플렉스’는 포인트와 기내식 등이, 마지막으로 가장 상위 등급은 ‘플렉스 플러스’는 모든 옵션이 전부 들어가 있다. 스타터와 플렉스 플러스 가격차이는 약 10만원이다.
위탁 수하물은 무게마다 가격이 추가된다. 스타터 플러스 기준 20㎏까지는 무료, 30㎏는 2만4000원을 40㎏는 4만원을 추가해야한다. 기내에 들고 타는 수하물의 경우 7㎏ 까지는 무료. 추가 7㎏은 4만4000원을 내야 한다. 좌석은 10~27열까지 앞 부분은 2만3000원을, 비상구 좌석은 3만9000원을 추가로 내고 구매할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는 티켓 예약할 같이 구매하면 9230원, 기내에서는 13호주 달러(약 1만1000원)를 받는다. 기내용 키트는 예약하면 40%할인 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비즈니스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우선 탑승, 30㎏의 위탁 수하물 허용량, 각종 여행 필수품을 담은 어메니티 키트, 무료 기내 엔터테인먼트 및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과 기내식이 포함되어 있다. 이코노미 티켓을 예약했더라도 출발 당일 체크인 데스크에서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빈자리가 있을 때에만 가능하고 가격은 그때그때 다르다.
가장 마음에 든 것은 비행 스케줄이다. 현재 인천~브리즈번을 직항은 대한항공과 젯스타가 유일하다. 젯스타는 오후 9시 50분 출발이다. 저녁에 인천에서 출발해서 아침에 브리즈번 도착해 효율적이다. 오후 6시 칼퇴근하고 서울역에서 공항철도 타면 충분히 비행시간 2시간 전에 공항 도착 가능. 저비용, 말그대로 싸니까 좋다. 참고로 대한항공은 오후 8시 5분 출발이라서 6시 퇴근하고 공항으로 가기엔 늦고 오후 반차를 내야한다.
호주(브리즈번)=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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