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로테르담은 항구 도시로, 아름다운 운하가 흐른다. 운하가 흐르는 지역에는 과거 로테르담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전통적인 주택이 늘어서 있어 산책하기에 좋다. 그뿐만 아니라 실험적인 현대 건축물이나 네덜란드에서 가장 높은 타워 등이 있어 다채로운 매력을 가지고 있다. 현대적인 도시 풍경과 전통적인 문화유산이 조화를 이루는 로테르담 반나절 도보여행 코스를 준비했다.
델프스 하펀(Delfshaven)

운하 도시 분위기를 가장 느끼기 좋은 곳으로 가보자. 로테르담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 델프스 하펀이다. 델프스 하펀은 14세기에 처음으로 지어진 항구 지역이다. 로테르담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폭격으로 도시 대부분이 폐허가 됐는데, 델프스 하펀은 유일하게 폭격의 피해를 받지 않았다. 덕분에 건물이 온전하게 보존되어 과거 로테르담의 고즈넉한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운하를 따라 걸으며 건축물과 골목을 구경해보자. 전통적인 네덜란드 건축 양식을 따른 주택들의 계단식 지붕이 인상적이다. 발이 닿는 곳마다 아름답지만 지금까지 가동 중인 풍차와 1620년 청교도들이 신대륙인 미국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기도를 했다는 필그림 파더스 교회는 꼭 들러보자. 기도를 마친 이들은 그 유명한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델프스 하펀 항구를 통해 미국으로 건너갔다고.
델프스 하펀에서는 카페나 레스토랑, 갤러리도 많으니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보자.
더치 핀볼 뮤지엄(Dutch Pinball Museum)

델프스 하펀 지역에 이색 박물관인 더치 핀볼 뮤지엄이 있다. 이곳은 작은 구슬을 이용한 아케이드 게임인 핀볼 게임의 역사를 배우고, 직접 플레이까지 할 수 있는 체험형 박물관이다. 1층에서는 세계 최초의 핀볼 게임기를 포함해 약 100개가 넘는 핀볼 기계가 전시돼 있다.

무려 1930년대에 만들어진 게임기부터 2024년의 핀볼 게임기까지 각 기계의 특징과 작동 방식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2~3층에는 대규모 핀볼 게임장이 펼쳐진다. 다양한 테마의 핀볼을 2시간 동안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간단하지만 흥미진진한 게임에 집중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존 윅’, ‘죠스’, ‘터미네이터’ 등 영화 핀볼 게임도 많이 있으니 좋아하는 영화의 핀볼 게임을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입장료는 16유로(약 2만 3700원)이다.
더 마시니스트 (De Machinist)
게임을 하고 나니 출출하다. 더치 핀볼 뮤지엄에서 도보 16분 거리에 있는 더 마시니스트에서 배를 채워보자. 이곳에서는 네덜란드 음식과 해산물 위주의 유럽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에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다양한 메뉴가 준비돼 있는데, 그중에서도 립아이 스테이크와 블랙타이거 새우구이를 추천한다.

더 마시니스트는 운하 바로 앞에 위치해 있어 아름다운 바깥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운하 위에서 즐기는 야외 테라스 자리도 있으니 참고하자.
더 마시니스트는 자체적으로 야외 영화 상영이나 음악의 밤 등 문화 행사를 열고 있다. 방문 전 공식 홈페이지나 SNS를 확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유로마스트 (Euromast)
더 마시니스트에서 7분 정도 걸으면 네덜란드에서 가장 높은 유로마스트 타워가 나온다. 무려 185m에 이르는 유로마스트는 1960년 국제 원예 박람회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현재는 레스토랑, 호텔, 전망대로 사용되고 있다.

96m 지점에 있는 메인 전망대에서는 로테르담 시내, 유럽 최대의 항구인 로테르담 항구, 그리고 멀리 네덜란드의 전원 풍경까지 탁 트인 파노라마 뷰를 감상할 수 있다.
이 전망대에서 타워의 꼭대기까지 갈 수 있는데, 이때 유로스쿱(EuroScoop)이라고 불리는 유리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바닥까지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고 천천히 회전하면서 올라가기 때문에 올라가는 동안에도 360도로 뷰를 즐길 수 있다.

타워에서 아찔한 액티비티도 즐길 수 있다. 전망대에서 줄을 타고 내려오는 유럽 최고 높이의 래펠링(Rappelling)은 매년 5월부터 9월까지 이용 가능하다.
헷 공원(Het Park)

유로마스트 바로 앞에 위치한 헷 공원으로 가보자. 1852년에 지어진 이 공원은 영국식 정원 스타일로 조성되어 넓은 잔디밭과 우거진 나무, 구불구불한 길이 특징이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가지고 있어 도심 공원임에도 마치 숲속으로 들어온 기분이 든다.

한가로이 산책하며 녹음을 즐겨보자. 공원을 길게 통과하는 연못에는 오리 등의 새가 살고 있고, 공원 곳곳에 아름다운 조각상이 놓여 있다. 산책하는 강아지나 피크닉하는 가족을 쉽게 볼 수 있다.

헷 공원에서는 음악 콘서트나 음식 축제, 영화 상영 등 다양한 이벤트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또한 공원 내에 여러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어 간단한 음료나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쿤스탈 로테르담 (Kunsthal Rotterdam)
헷 공원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쿤스탈 로테르담이 있다. 네덜란드의 유명 건축가 렘 쿨하스(Rem Koolhaas)가 설계한 미술관으로, 건물 자체가 작품이다. 건물은 대형 유리로 구성돼 있어 개방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에 내부와 외부가 자연스레 연결된다. 특히 다양한 형태의 전시를 수용할 수 있도록 벽과 기둥을 최소화해서 전시에 따라 공간의 크기와 형태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쿤스탈 미술관은 상설 전시가 없어 더욱 특별하다. 매년 25개 이상의 특별 전시회를 개최하며, 현대 미술, 사진, 디자인, 패션, 역사 등 다양한 주제를 폭 넓게 다룬다. 관객 참여형 전시나 예술가의 작업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전시 등 혁신적인 기획의 전시가 많이 열려 깊이 있는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며 월요일은 휴무다. 입장료는 성인 18유로(약 2만 6700원), 26세 이하 학생 10유로(약 1만 4000원), 18세 이하 청소년은 무료다.
로테르담은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로 1시간 20분 정도면 도착해 근교 여행으로 많이 택하는 도시다. 크지 않은 도시기 때문에 당일치기도 가능하다. 여유롭게 도시를 걸으며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보자.
글=김지은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