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국제공항이 자리하고 있는 란타우섬. 홍콩 여행객이라면 한 번쯤은 들르거나 들어봤을 섬이다. 란타우섬에는 어촌 마을 등이 자리하고 있어 홍콩 중심부보다 예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섬 현지인이라면 누구나 알지만 관광객은 모르는 ‘자연 여행지’ 두 곳을 다녀와 소개한다.
퉁청 산책로(Tung Chung Promenade)

홍콩 란타우섬 퉁청 지역 동쪽에는 약 400m 길이 산책로가 있다. 이곳에서 퉁 완 해변에서부터 퉁청 만까지 이어진 푸른 바닷물을 감상할 수 있다. 지역 선박들이 바다를 떠다니는 모습 역시 그림 한 폭 같다.

친환경 건축법 등으로 산책로 주변을 조성했고 이 산책로는 서쪽 항구와 이어진다. 실제로 이 산책로 곳곳에서 환경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은 건축물 등을 마주할 수 있다.
비가 오면 빗물 일부를 흡수하고 나머지는 지하 배수로 보내 수자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빗물 정원, 참새나 집 제비 등 도시 새를 위한 인공 둥지, 비를 관에 저장한 뒤 맑은 날 식물에 줄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한 장치가 있다.

산책로 정문 입구와 서쪽 입구에 모두 영어로 ‘TUNG CHUNG PROMENADE’라고 적힌 조형물이 있다. 특히 서쪽에 있는 조형물의 길이는 약 1.8m 정도로 크기가 크고 저녁에는 조명등도 켜져 사진 찍는 맛이 있다.
산책로에는 이 조형물 외에도 기념사진 명소가 가득하다.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난간 쪽에서 오각형의 집 모양 조형물을 볼 수 있다. 안에 의자가 붙어 있어 조형물이자 쉼터 역할을 한다. 또 지역 주민들이 그린 벽화와 그림 등도 볼 수 있다. 거대한 부처상인 천단대불이나 옹핑360 케이블카 등 란타우섬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를 그려냈다.

정문 쪽에는 퉁청역사를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전시관이 있다. 그중 ‘테마틱 전시 공간’에는 란타우섬의 타이오 어촌 마을과 관련한 전시물을 볼 수 있다. 전시장 입구에는 바닥이 평평한 중국식 나무배 ‘삼판’의 실물 크기 모형이 놓여있다.
전시에서는 타이오 지역 어부들의 독특한 어업 문화를 설명한다. 전시 문구는 한자와 영어를 병기했다. 예로 노 크기를 어부의 키에 맞춰서 제작하는 것, 어망의 길이를 양손을 뻗은 길이에 맞춰 짜는 것 등이 있다. 그 밖에도 과거 타이오 지역 어부들의 어망 매듭법, 3겹 어망 제작법, 노를 손질하는 기법, 섬 주변 바다에서 서식하는 물고기 등을 전시해 놓았다.

전시 안내 문구에 따르면 과거 1950~1960년대 타이오 지역에선 물고기가 많이 잡혀 어업의 황금시대였다고 한다. 특히 노란 참조기가 많이 잡혔다고. 현재는 어획량 자체도 줄고 참조기가 흔하게 잡히는 생선도 아니라 이곳의 섬사람들이 참조기를 잡으면 “내가 오늘 금괴를 잡았다!”라고 외치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전시관은 월요일 휴무다. 화~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관한다.

산책로 한쪽에는 스케이트보드나 롤러스케이트 등을 탈 수 있는 경기장을 비롯해 체육관, 놀이터 등도 있다. 산책로는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방문할 수 있다.
퉁청 노스 공원(Tung Chung North Park)

퉁청 노스 공원은 2010년에 조성한 지역민들의 쉼터다. 약 3만8000㎡의 너른 면적을 자랑한다. 퉁청 MRT역 C 출구에서 도보로 약 20분 거리에 있다. 공원으로 가는 길목에도 역시 울창하게 뻗은 나무가 일렬로 심겨 있어 푸릇한 풍광이 예술이다.
이른 오후 들른 공원은 산책하러 온 지역민들로 붐볐다. 나무 너머로 듬직한 자태의 산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 풍광이 마치 중국 무협지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입구를 따라 들어가다가 오른쪽으로 꺾으면 아름답게 가꿔진 ‘중국 허브 정원’이 나온다. 이곳에서 중국 전역에서 나는 다양한 허브 종류를 구경할 수 있다. 작은 허브부터 키가 큰 허브까지 모양도, 향도, 크기도 제각각인 점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중국 원산지인 허브 글로키디온 푸베롬(Glochidion puberum), 아시아 지역에서 나며 향유용으로 자주 쓰이는 파출리(Patchouli), 뿌리를 달여 약을 만드는 앵초과에 속하는 아르디시아 크레나타(Ardisia crenata) 등 다양한 허브가 심겨 있다. 허브 옆에는 혈액순환을 돕고 비장을 강화하고 막힌 혈을 뚫는 등 해당 허브의 효능이나 용도를 설명한 안내 문구가 있다.

허브 정원은 약초 전시관과 이어진다. 약초 전시관은 여러 질병과 그에 걸맞은 약초 및 치료법과 관련한 내용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 안내 문구는 영어와 한자로 되어 있다. 입구 쪽 벽에 홈이 파여 있는데 이 안에 안내 책자가 있어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우니 주의하자. 바닥에 붙어있는 발바닥 스티커를 따라 순서대로 전시를 관람하면 된다.

감기, 고혈압, 암 등 질병의 요인과 병에 걸렸을 때 먹으면 좋은 약재, 치료법 등을 안내해 놓았다. 예로 중국 전통 의학에서는 간암에 걸리면 방사선 요법과 한약을 병행해 붕어탕을 끓여 마시는 등의 기법으로 치유한다고 한다. 환부별로 쓸 수 있는 전신 지압법 등도 알려준다. 전시의 끝부분에서는 다양한 현지 한약재도 볼 수 있다.
중국 허브 정원은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영업한다. 약초 전시장은 수요일 휴무고 월·화·목·금·토·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한쪽에 허브차를 판매하는 카페도 운영 중이다. 화장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널찍한 규모를 자랑하는 공원인 만큼 내부에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올 수 있는 정원과 공원 구역, 자갈길을 걸을 수 있는 산책로, 노인 전용 운동 구역, 구불구불한 길을 오르며 체력을 단련할 수 있는 건강의 길, 축구장과 핸드볼 경기장, 스케이트보드 경기장, 달리기 전용 구역, 놀이터 등이 있다. 공원 입장료는 따로 없고 하루 중 어느 때나 들를 수 있다.
김혜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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