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서 손에 꼽히는 관광도시로 발전한 ‘냐짱’. 7세기경부터 500년에 걸쳐 지은 포나가르 사원부터 푸른 해변까지 명소가 가득하다. 즐길 거리가 가득한 냐짱의 숨은 역사까지 안다면 이 도시를 두 배로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도심 곳곳에 숨어있는 냐짱 박물관 탐방기를 전한다.
알렉상드르 예르생 박물관(Alexandre Yersin Museum)

“이곳 사람들은 알렉상드르 예르생 박물관과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박물관으로 향하던 도중 냐짱 현지 택시 기사가 전한 말이다. 알렉상드르 예르생은 스위스 태생의 프랑스 의사 겸 세균학자다. ‘냐짱 역사를 논하겠다면서 웬 프랑스인이냐’ 싶겠지만 그를 빼놓고는 냐짱의 의학사를 얘기하기 어렵다.

알렉상드르 예르생은 페스트균을 발견한 인물이다. 페스트균이 ‘예르시니아 페스티스(Yersinia Pestis)’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광견병 및 흑사병 등의 백신 개발에도 중점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인류사에 역병이 창궐할 때 의학적으로 큰 공헌을 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예르생은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근무하다가 많은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베트남으로 건너간다. 이후 냐짱에 작은 연구소를 짓고 죽을 때까지 이곳에 머물며 현지 사람들 치료에 전념한다. 그는 베트남 마지막 황제인 바오다이로부터 훈장을 받을 정도로 의학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
이 박물관은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97년 냐짱에 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그의 업적 등을 볼 수 있는 일대기를 비롯해 생전 그의 모습을 그린 그림 등을 전시해 놓았다. 그가 남긴 메모, 예르생이 사용하던 의료 및 과학 장비 등 그의 유품 역시 전시관에서 볼 수 있다. 예르생이 남긴 메모, 편지 조각까지 하나하나 모아 전시해 높은 몰입도를 자랑한다.

2층부터 본격적인 전시가 펼쳐지는데 박물관 초입에는 1863년 그의 출생부터 1943년 그의 사망까지 정리해 놓은 일대기를 볼 수 있다. 그의 아버지이자 대학 교수였던 장 마크 알렉상드르 예르생과 교사인 어머니 패니 이잘린 모셸 예르생 등에 관한 간략한 정보도 정리해 놨다.
그밖에 19세기 유럽에 역병이 퍼졌을 당시 사용한 편지 개봉 장치, 냐짱과 달랏의 말을 이용한 페스트 혈청 개발 과정, 그가 사용했던 시계, 현미경, 망원경 등도 한쪽에서 볼 수 있다. 박물관은 주말에 문을 닫는다. 주중에는 오전 7시 30분부터 오전 11시 30분까지 개관한 뒤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까지 다시 문을 연다. 예르생 박물관은 베트남 국가문화역사유적지라 더 의미 있다. 박물관 입장료는 2만동(약 1000원)으로 저렴하다.
카인호아 박물관(Khanh Hoa Museum)

냐짱 바다를 터벅터벅 걷다보면 만날 수 있는 카인호아 박물관을 소개한다. 이 박물관은 바다와 마주한 곳에 자리하고 있어 휴양과 역사 관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본래 이곳은 1979년 개인 주택 용도로 지어진 2층 집이었으나 현재는 베트남 카인호아성의 유물을 중점적으로 모아놓은 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이 박물관은 200㎡(약 60평) 정도 규모로 1만 개가 넘는 유물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현재 2층은 전시관이 아닌 유물 보관 창고로 쓰이고 있다.

박물관 왼편 전시관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입구 쪽에 약 2500년~3000년 전 석기로 만든 베트남 악기와 관련한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이 시기 카인호아성의 산악 지방에서 거주했던 소수 민족의 타악기인 ‘단 다(Dan da)’ 역시 이곳에서 볼 수 있다. 베트남에서 발견된 악기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졌다. 돌로 만들어져 ‘카인호아성 석기’라고도 불린다. 3~15조각의 돌이 하나의 악기를 이루고 있으며 다채로운 선율을 연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돌의 두께와 크기를 각기 달리한 게 특징이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베트남 소수민족의 역사를 볼 수 있다. 베트남에는 54개 소수민족이 살고 있고 카인호아성에는 32개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이곳에서는 카인호아성의 참족과 그 계열에서 분파한 라글라이족 등과 관련한 역사를 알 수 있다.
먼저 참족의 인구는 약 14만 5000명으로 베트남 소수민족 중 14번째로 높은 인구 비중을 자랑한다. 벼농사가 주업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도자기와 비단 직조 등을 생업으로 삼는다. 전시에서 참족의 축제, 종교 의식, 장례식, 결혼식 등 기념 의식 사진을 비롯해 원숭이·어머니·남성신 등 다양한 참족의 숭배신 조각품을 구경할 수 있다.
다음으로 라글라이 족이다. 라글라이족은 말레이시아와 폴리네이시아어의 영향을 받은 언어를 쓴다. 라글라이족은 약 4만 5000명 정도의 인구수를 가지며 주로 산악 지역에 거주한다. 과거에는 고산 지대에서 유목생활을 주로 했으나 근 몇 년간 정착 생활로 생활 양상이 바뀌고 있다고. 라글라이족에게 상징적인 악기는 ‘징’이다. 징은 이들에게 인간과 신을 잇는 매개다. 부족의 주의식이 있을 때마다 징을 써서 희로애락을 표현했다.

오른편 전시실에는 선사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카인호아성에서 발굴한 다양한 유물이 있다. 도자기, 석기, 뼈, 장신구 등 약 600개에 이르는 전시품을 선보인다. 이곳에서 눈여겨봐야 할 유물은 2000년 전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냐짱 청동북이다.

이곳에서는 빈옌(Vĩnh Yên) 지역과 관련한 약 2500~3000년 전의 고고학 유물도 볼 수 있다. 과거 이 지역은 석재 산업이 부흥했기에 돌도끼, 보석, 석영, 돌 반지, 조개껍질 등이 주로 출토됐다.
냐짱에서 남서쪽으로 약 75㎞ 떨어져 있는 곳에는 고대 호아디엠(HÒA DIÊM) 유적지가 있다. 이곳에서 역시 여러 도기 조각과 보석 등이 발견됐다. 이 지역의 특징은 약 2000~2300년 전의 흙무덤, 항아리 무덤 등을 발견된 것으로 과거 이 근방의 장례문화를 엿볼 수 있다. 박물관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전 11시까지 문을 연 뒤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까지 다시 개관한다.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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