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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정년이’ 되려는 다국적 사람들이 모이더니 벌어진 일

김지은 여행+ 기자 조회수  

제2회 월드판소리페스티벌, 남산골 한옥마을 개최

형형색색 댕기머리 땋기‧페이스페인팅 부스 눈길

오색빛깔 청사초롱‧부채 만들기 행사 인파 북적

외국인마저 홀린 판소리 “음악은 언어 뛰어넘어”

샹젤리제와 얼씨구의 조합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쑥대머리와 트럼펫은? 흥부를 연기하는 독일인은? 다소 ‘김치피자탕수육’처럼 들리는 이 조합도 이곳 월드판소리페스티벌에서는 조화를 이룬다.


남산골한옥마을/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세계판소리협회는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제2회 월드판소리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우리나라 전통음악인 판소리 앞에 ‘월드’가 붙은 것도 신기한데 갓과 선글라스를 같이 쓴 선비가 디제잉 포즈를 취한 포스터도 범상치 않다. 대체 뭘 하는 페스티벌인지 감이 오지 않아 직접 찾아갔다.


제2회 월드판소리페스티벌 포스터/사진=세계판소리협회 공식 SNS

페스티벌은 공연부터 체험 프로그램까지 전부 무료로 진행했다. ‘판알못’도 판소리의 매력에 푹 빠지는 제2회 월드판소리페스티벌 후기를 전한다.


01

댕기 머리하고 청사초롱 만들고…

전통 체험 제대로 즐기기

남산골한옥마을에 들어서자 입구에서 댕기 머리와 페이스페인팅 부스가 방문객을 반긴다. 본격적으로 페스티벌을 즐기기에 앞서 꽃단장을 해볼까. 형형색색의 댕기 중 원하는 색을 고르고 의자에 앉으니 자원봉사자가 정성스레 머리를 땋아 댕기를 묶어준다.


댕기 머리를 한 관람객/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본래 댕기 머리는 긴 머리를 땋아 묶는 방식이지만 이곳에서는 머리가 짧아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각자의 헤어스타일에 맞게 멋진 댕기 머리를 완성해 주기 때문이다. 전통을 활용해 저마다의 멋을 낸 관람객들이 알록달록한 가을 풍경처럼 빛난다.


페이스페인팅/사진=김지은 여행+기자

페이스페인팅 부스에서는 세계판소리협회 로고, 선글라스를 쓴 선비 등 원하는 도안을 고르면 원하는 위치에 바로 ‘쓱쓱’ 그려준다. 댕기머리를 하고 그림까지 그리니 마음이 한껏 들뜬다.


붕어빵/사진=김지은 여행+기자

맞은편에서는 붕어빵 모자를 쓴 봉사자들이 쌀쌀해진 날씨를 맞아 즉석에서 붕어빵을 구워주고 있다. 달콤한 앙금이 들어간 한국의 전통 디저트 붕어빵은 시민들은 물론이고 외국인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생각보다 이르게 찾아온 올겨울 ‘첫 붕어빵’을 베어 물며 다음 부스로 향해 본다.


청사초롱 만들기/사진=김지은 여행+기자


청사초롱/사진=김지은 여행+기자

전통 가옥 마당에서 진행한 청사초롱과 부채 만들기 부스는 사람이 붐벼 대기를 해야 할 정도였다. 일월오봉도 무늬가 새겨진 종이를 꾸미고 안에 들어 있는 LED 미니 촛불을 켜 완성하는 청사초롱과 한국 전통 그림으로 꾸미는 부채는 특히 어린이들과 외국인에게 인기가 많았다.


부채 만들기/사진=김지은 여행+기자

사인펜을 꽉 쥐고 원하는 색을 채워 넣는 어린이 참가자의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한 외국인 관광객은 사군자의 매화와 ‘사랑해요 한국’ 글자를 함께 적은 특별한 부채를 만들기도 했다.


02

오늘은 내가 정년이! 외국인도 홀린

판소리 워크숍

“화공을 불러라~” 공연 시간은 한참 남았는데 어디선가 판소리가 들려온다. 소리를 따라가다 도착한 곳은 남산골한옥마을 내 윤택영 재실. 페스티벌의 첫날인 지난 1일 이곳에서 관람객 대상 판소리 워크숍 ‘얼씨구 학당’이 열렸다. 초등학생부터 흰머리 지긋한 노인까지 남녀노소가 판소리를 배우러 한자리에 모였다. 강의를 맡은 이영태 소리꾼은 판소리를 쉽게 부르는 방법을 설명하며 포문을 열었다.


얼씨구 학당/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판소리를 배우는 시민/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수궁가의 ‘토끼화상’을 배우기에 앞서 이 소리꾼은 “판소리는 단순히 음을 내는 것이 아니라 말하듯 감정을 실어 부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노래를 부르기 전 수강생들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수궁가의 내용과 토끼화상의 상황을 실감 나게 설명했다. 이후 한 소절씩 불러볼 때는 각 가사에 어떤 감정을 담아 불러야 하는지 섬세한 부분까지 알려줘 짧은 시간에도 충분히 이해하고 몰입하며 부를 수 있었다.


얼씨구 학당 강사 이영태 소리꾼/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강의 내내 유쾌한 말로 수강생을 웃음 짓게 한 이 소리꾼은 “오늘 수업을 통해 시민분들이 판소리가 쉽고 재밌다는 걸 알아가길 바란다”며 “그런 인식이 쌓여서 판소리가 세계적으로 뻗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외국인 대상 얼씨구 학당/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월드’ 페스티벌답게 외국인 대상 워크숍도 따로 마련했다. 윤씨가옥에서 진행된 워크숍은 영어로 번역된 수업 자료와 통역사가 함께 했다. 시민 대상 워크숍과는 달리 판소리에 대한 기본 설명부터 시작해야 했다. 강의를 맡은 김예진 소리꾼은 장단, 추임새 등 생소할 수 있는 용어를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해 판소리를 알렸다. 이후 단가 ‘사철가’를 한 어절씩 불렀다. 수업 자료에는 가사의 뜻과 발음을 영어로 표기해 이해를 도왔다.


판소리를 배우는 외국인들/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이날 외국인을 위한 ‘얼씨구 학당’에는 미국, 말레이시아, 중국, 브루나이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모였다. 이들은 김 소리꾼을 따라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소리를 냈다. 각기 다른 국가에서 모인 외국인들이 한 목소리로 부르는 판소리가 퍽 감동이었다. 김 소리꾼은 “음악은 언어를 뛰어 넘는다”며 “수업을 들은 외국인들이 가사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판소리에 실린 그 감정은 느꼈길 바란다”고 강의 소감을 전했다.

2일과 3일에는 윤택영 재실과 윤씨가옥에서 판소리 버스킹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소리꾼들의 공연이 열렸다.


03

“이게 바로 조선POP?” 힙 해도 너무 힙한

판소리 공연

오후 3시가 되자 흩어져 있던 관객들이 삼삼오오 천우각 야외무대로 모인다. 개막식은 예인집단 아재의 줄타기 공연으로 시작했다. 남창동 국악인이 아슬아슬한 줄타기 기술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줄타기 공연의 매력은 대사에 있다. 관객들에게 넉살 좋은 사투리로 말을 걸며 기술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데, 그 의미는 보통 관객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다.


줄타기 공연/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지금부터 보여줄 기술의 이름은 ‘죽을 판 살판’이여. 여기 계신 분 중 사는 게 죽을 판 살판 힘든 사람도 있을겨. 그러니 내가 이 기술을 성공하면 다들 잘 되는 거여!”하고 멋지게 줄 위에서 공중제비에 성공한다.

죽을 판 살판을 성공했으니 여기 계신 모든 분은 이제 다 살판이라며 응원을 보내는 익살맞은 줄광대의 말에 관객석 여기저기에서 웃음과 함께 “얼씨구!” 하는 추임새가 터져 나온다.


관객석에선 추임새가 터져 나온다/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판소리를 십분 즐기는 방법은 ‘추임새 넣기’다. 추임새는 소리판의 흥을 돋우기 위해 고수나 청중이 장단에 맞춰 내는 소리다. 그래서 공연 내내 쉬지 않고 관객석에서 “얼씨구!” “좋다!” “잘한다!” 등 추임새가 터져 나온다.

판소리는 다른 음악 공연과는 다르게 무대와 객석 양쪽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예술이다. 조용히 감상하다 연주가 끝나면 박수치는 것이 익숙한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신세계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도 공연이 진행될수록 추임새가 판소리의 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용기 내어 “얼씨구!” 외쳐보자. 그 순간 관객은 판소리와 하나가 된다.


채수정 판소리협회 이사장의 개막 선언/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월드판소리페스티벌은 개막 선언마저 특별하다. 페스티벌을 개최한 채수정 세계판소리협회 이사장은 무대에 나와 감사 인사를 전하다 물 흐르듯 음을 붙여 노래를 시작했다. 같은 말도 선율이 붙으니 문장에 힘이 생기는 듯했다. 물론 개막 선언에도 관객들의 추임새가 빠지지 않는다. 메인 공연을 시작하기도 전에 판소리의 매력에 빠지는 순간이었다.


오리지널 <수궁가>/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메인 공연은 전통 판소리로 시작해 판소리와 다른 장르를 접목한 ‘퓨전’ 판소리로 이어졌다.


소을소리판/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것은 소을소리판의 글로벌 놀보박. 놀보박은 흥보가에서 놀부가 박을 타자 온갖 도깨비와 사당패가 나타나 돈을 다 빼앗아 가는 내용인데, 글로벌 놀보박에서는 외국인 사당패가 등장한다. 독일, 프랑스 등 각 나라의 상징적 옷을 입고 등장한 외국인 소리꾼 네 명이 놀부와 함께 신명 나게 논다.


소을소리판/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이때 나라별 전통음악을 판소리와 섞어 부르는 것이 화룡점정이다. 판소리 가락에 맞춰 아프리카 전통 악기 쉐케레(Shekere)를 흔들고, 프랑스 노래 ‘샹젤리제’를 부른다. 독일인 소리꾼이 손에 든 맥주로 놀부를 꾀어내는 각색까지, 그야말로 ‘월드판소리’의 현장이다.

이날 페스티벌을 찾은 한 외국인은 “나와 같은 외국인들이 판소리를 부르는 것을 보고 놀랐다. 각각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모여 판소리를 부르는 게 굉장히 감동이었다”며 감상을 밝혔다.


세계판소리합창단의 남도하모니/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최준, 장재효의 피아노병창 <적벽가>/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이 밖에도 배익한 재즈 오케스트라의 ‘재즈X판’ 무대에서는 트럼펫, 색소폰, 드럼 등 재즈와 판소리의 조합을, 최준 장재효의 ‘피아노 병창 – 적벽가’에서는 피아노와 판소리의 조합을 만나볼 수 있었다. ‘조선팝’을 이끌어가는 국악 밴드 ‘서도밴드’의 보컬 서도의 무대에서는 모두가 일어나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


배익한 재즈오케스트라/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서도/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제2회 월드판소리페스티벌에서는 3일간 국가와 시대를 뛰어넘는 서로 다른 장르가 만나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뤘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판소리가 ‘재해석’이라는 날개를 달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모습이 절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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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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