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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짜 그림이라고?”…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 극사실주의 작가를 만나다

강예신 여행+ 기자 조회수  


김영성 ‘무.생.물’(無.生.物·2020)

여기 이 작품, 사진이 아니라 그림이라면 믿으실지. 멀리서 봐도 가까이서 봐도 유리병에 든 금붕어를 찍은 사진 같지만, 놀랍게도 그림이다. 포토샵 등 어떠한 디지털 기법도 활용하지 않고 오직 사람의 손에 쥔 붓으로만 일궈낸 결과물이다. 말문이 막힌다. 그럼 대체 어느 나라 작가의 작품일까. 주인공은 바로 우리나라에 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극사실주의 작가이자 ‘하이퍼리얼리즘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김영성 작가의 ‘무· 생· 물’ 시리즈다.

김 작가는 물고기, 잡초, 달팽이 같은 생명체들과 유리, 천, 금속 등 물질의 공존을 테마로 광고나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처럼 극사실적으로 표현한다. 작은 생명체의 섬세함과 함께 유리, 금속 물질의 광채나 반사, 빛의 굴절 등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작가는 매일 밤 수십 자루의 세필을 쓰며 작업에 몰두한다. 사진이나 모니터 화면보다 사실적인,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독보적인 리얼리티를 구현해내는 도전을 하는 중이다.

그는 자연 속에서 접한 생물들과 우리 주변의 작은 동물들을 소재로 해 현대사회의 삭막함과 현대인의 허무함을 비판적으로 그려낸다. 작은 생명체를 현대미술의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환경 문제와 기후변화 위기 등 우리 사회에 당면한 문제들을 다룬다. 현대인의 화려한 외면과 그 이면에 숨겨진 불안과 허무를 날카롭게 반영해 관객에게 깊은 사색과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다.


김영성 ‘무.생.물’(無.生.物·2023)

이를테면 물고기를 화려하고 아름답게 표현해 생명이 가진 고유의 가치를 시사한다. 그러나 유리컵에 갇힌 인공적인 환경을 표현해 생명체가 원래의 자연에서 벗어나 인간의 통제 아래 놓여있는 단면을 보여준다. 마치 고도로 발달된 물질문명의 혜택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것 같지만 생태계 파괴, 자원의 고갈을 비롯해 지나친 물질만능주의에서 오는 상실감까지 업고 사는 우리 현대인의 모습을 비추어보도록 하는 의도다.

서울 강남의 ‘갤러리 나우’에서 오는 10일부터 열리는 김영성 작가의 개인전 ‘무· 생· 물’전을 앞두고 갤러리 나우에서 김 작가를 만났다. 사진보다 더 사진 같은 작품을 그리는 ‘천재 작가’의 삶을 들여다봤다.


김영성 작가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한두 점도 아니고 이렇게 여러 점을 그렇게까지 많은 에너지를 쏟는 의도가 무엇이냐는 말이죠. 큰 의도라면 그런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이게 그림이야 사진이야?’하는 관심에서 출발해 자세히 보게 만들고, 그림 앞에 멈춰 세우는 거죠. 그 다음 이제 제가 말하고자 하는 걸 전하고 싶어요. 이런 작고 예쁜 것들을 인간이 정한 목적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그냥 이 자체로 보면 안 되냐고. 작품을 통해 사람들의 의식을 전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작품을 내고 있어요.

김영성 작가

어린 시절 얘기를 꺼냈다.

저는 제 자신이 그림을 잘 그리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매미를 그리는 숙제가 있었는데, 너무 어려운 거예요. 이렇게 그리기 힘든 것도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나중에 그림을 제대로 배워 이 그림을 다시 그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죠.

김영성 작가

김 작가는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재능을 보였다고 한다. 화실에서 배운 적 없이 혼자 그리고 만드는 것을 워낙 좋아했다. 초등학교 3학년 시절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홍익대 회화과에 가겠다는 목표를 갖는 등 어린 시절부터 작가를 꿈꿨다.

중·고등학교 시절엔 혜화동에 살면서 인사동 전시를 자주 보러 다녔다. 당시 극사실주의 회화가 유행이었고, 작가도 그림 공부를 열심히 해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들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꿈을 키워왔다. 목표로 삼았던 홍익대 회화과 진학에 성공하고 4학년 때 공모전이나 졸업 초대전 등을 해오며 자연스레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작가 활동을 24년 정도 해 왔고, 무생물 시리즈는 2006년부터 시작했다.

졸업하고 작가로 활동하면서 골프 연작을 많이 그렸는데, 이때 그림이 꽤 팔리면서 자신감이 조금 붙었어요. ‘이제는 내가 어릴 때 계획하던 동물 그림을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고, 2006년 곤충 그림을 시작으로 지금의 무생물 연작이 이어졌죠.

김영성 작가


김영성 작가

김 작가는 철저한 기획 과정을 거쳐 작품을 낸다. 약간은 불안하거나 답답해 보이는 것들을 머릿속으로 그려본 뒤 그 모습에 잘 어울릴 만한 주인공 동물을 구하고 유리나 금속, 천 등과 매치한다. 유리에 갇혀 떠 있는 물고기, 차가운 숟가락 위 달팽이, 비좁게 올라앉은 금속 위 개구리 등으로다. 그리고 원하는 모습이 나올 때까지 수많은 사진을 찍는다. 모든 기획을 마치면 어시스턴트 조수들과 협업해 오랜 시간 작업에 몰두한다. 작품을 완성하는 데 최소 몇 개월, 최대 4년까지도 걸린다. 어느 하나 애착이 안 가는 작업이 없어 작품이 팔릴 때마다 ‘시집을 보내는 기분’이라고 한다.

한국에선 사실 극사실주의의 인기가 높지는 않거든요. SNS에 작업 과정들을 올리면서 외국 갤러리들로부터 러브콜을 많이 받았어요. 뉴욕 워터폴, 런던 플러스 원, 비엔나 펠렉스 홀러 등 해외 갤러리에서 연락을 받아 전시들을 많이 하게 됐고, 작품들이 세계로 시집을 가게 되고… 그렇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영성 작가

김 작가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평면에 그치지 않고 조금 더 확장성 있는 조각이나 설치, 키네틱 등까지도 도전을 해보고 싶다”며 “평면에서는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아이가 좋아할 수 있는 극사실적인 요소를 가미한 캐릭터 회화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작품이 항상 부족한 작가다. 직원들하고 열심히 해도 큰 작업이 있을 경우에 1년에 서너 점 나오는 해도 있다. 작은 작업이 많을 때는 6~7점 나온다. 해외 전시에도 작품을 보내야 되고 작품이 팔리기도 해 오리지널 작품이 많지 않다. 이번 갤러리 나우 개인전을 통해 많은 이들이 김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다양한 생각을 나누어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갤러리 나우 김영성 작가 개인전

김 작가의 개인전은 오는 10일부터 28일까지 서울 강남의 갤러리 나우에서 만날 수 있다. 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 가능하며 추석 연휴 기간은 휴관이다.

강예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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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예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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