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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거나, 무섭거나” 민속촌의 두 얼굴의 밤

박한나 여행+ 기자 조회수  

달이 뜬 조선의 밤은 아름답다. 인위적인 전기 조명 없이 은은한 청사초롱이 거리를 비추고, 곤충들이 조곤조곤 소리를 내는 조선의 여름밤은 낭만적이다. 하지만, 열대야 속에서도 냉기를 풍기는 곳이 있다. 한이 서린 눈으로 어둠 속에서 기다리는 귀신을 조심하자.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무서운 공포체험부터, 아름다운 밤을 즐길 수 있는 화려한 공연까지 준비된 민속촌에서 야간 프로그램을 만끽해 보자.


“암행어사 납시오”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탐정이 나라고?

민속촌에서 가장 긴 시간 동안 진행하는 체험이 있다고 하면 바로 이것이다. 민속 마을 인근에 위치한 관아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조선살인수사’다. 이 체험은 조선 시대에 벌어진 살인 사건을 직접 암행어사가 돼 추리해 보는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금, 토, 일요일과 공휴일 오후 1시부터 9시까지만 운영한다. 이용요금은 1만5000원. 프로그램은 한 시간 동안 진행한다. 과거 조선 시대에 관원들이 정무를 보던 건물, 관아에서 진행한다는 점이 프로그램에 대한 몰입감을 높인다.


관아 입구 / 사진= 김규란 여행+ PD

입구에서 사건에 대한 요약을 적어놓은 일지와 함께 붓펜을 받아 들고 입장하면, 관아의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관아 한가운데에는 사건의 진상을 상세히 밝히려고 하는 이 마을의 사또가 근엄하게 앉아 있다. 자리를 잡고 앉으면, 참가자들은 어느새 암행어사가 돼있다. 사또의 부탁을 받고, ‘장 씨 살인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설정에 몰입해 용의자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용의자는 총 3명으로 윤 씨, 백 씨, 김 씨이다. 모두가 억울해하는 상황에서 진실된 범인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다. 사건 당시의 행적을 재연하는 용의자들의 실감 나는 연기를 토대로 사건일지에 참가자만의 생각을 정리해 가며 추리를 진행한다.


조선살인수사 포스터 / 사진= 한국민속촌 홈페이지

알리바이만으로는 사건을 해결하기 어려워서, 직접 살인 현장으로 가서 추가 조사를 실시한다. 포졸을 따라 세 용의자의 집을 직접 방문해 실마리와 살해 도구를 조사한다. 넓은 부지를 돌아다니며 용의자의 물건을 이것저것 들춰보고, 허리를 굽혀 집안 곳곳을 살펴보며 추리 한다는 점이 참가자의 몰입도를 높인다.


조선살인수사 포스터 / 사진= 한국민속촌 홈페이지

15분이라는 제한시간 동안 탐방 조사를 마쳤다면 조사 내용을 정리해 용의자를 가려낼 질문을 만들어야 한다. 관아에 도착해 다시 용의자를 불러낸 뒤 현장 탐방을 통해 찾은 실마리를 바탕으로 추가 심문을 한다. 질문을 직접 해보고, 그 질문에 맞는 답을 즉석에서 해내는 용의자들을 보며 마치 정말 암행어사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관아를 지키는 포졸 / 사진= 김규란 여행+ PD

탄탄하게 짜여진 스토리 라인과 능청스러운 연기에 어느새 흠뻑 빠져 추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모든 단서를 조합해 범인을 추리해냈다면, 사건일지에 범인과 살해 도구를 지목해 작성해야 한다. 일지에 작성한 범인과 살해 도구를 맞췄다면, 입구에서 암행어사 마패 키링을 수령할 수 있다.


암행어사 마패 / 사진= 김규란 여행+ PD

암행어사가 돼 보는 참여형 추리 프로그램이라는 점과 등장인물들이 모두 배우 출신의 연기자라는 점 때문에 1시간 동안 지루함 없이 체험에 집중할 수 있다.


조선살인수사 등장인물 / 사진= 김규란 여행+ PD

시간제로 운영해 신청을 희망한 참가자들끼리 소규모로 진행한다는 점 역시 몰입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체험을 진행하다 보면, 흥미로운 사건 구성과 디테일을 살린 소품을 살펴보는 재미에 티켓이 저렴하지 않다는 생각은 이미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모공까지 추워지는 독보적인 공포체험 ‘살귀옥’ ‘혈안식귀’

민속촌의 떠오르는 프로그램, 공포체험이다. 대표적인 공포체험인 ‘살귀옥’과 ‘혈안식귀’는 민속 마을 우측 양반가 뒷골목인 내자원을 따라 자리잡고 있다. 입장권 가격은 살귀옥이 1만3000원, 혈안식귀가 8000원이다. 우리나라의 괴담 속에 등장하는 귀신은 대부분 하얀 소복을 입고 긴 머리를 풀어 헤친 처녀 귀신의 모습을 하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무서움’의 대명사로 불린 민족성이 반영된 귀신의 집합체를 이곳, 민속촌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람 잡아먹는 귀신, 혈안 식귀를 피해 달아나자

악행을 일삼는 중전에게 저주를 내린 무당이 숨어있는 곳이라는 귀굴을 탐험해 보자. ‘혈안 식귀’ 공포체험은 무당 ‘이화’가 내린 저주로 인해 마을 사람들이 모두 인육을 먹는 식귀가 됐다는 무시무시한 설정을 두고 있다.


혈안식귀 입구 / 사진= 김규란 여행+ PD

입구부터 끔찍한 모습의 모형들이 늘어서 있다. 기괴한 형상의 모형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혈안 식귀는 실내형 워킹쓰루 공포체험으로 손전등을 들고 탈출구를 찾아 걸어가야 한다. 방문객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실내에서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귀신 때문에 하염없이 땀을 흘리며 두려움에 떨게 된다.

혈안식귀 내부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실제로 체험해 본 결과, ‘귀신을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실제로 이렇게 생겼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서웠다. 진짜가 아니라는 생각에 가볍게 생각했던 입장 전과는 달리, 손전등을 든 손이 달달 떨릴 정도로 실감 나는 분장과 연기력에 놀랐다.


혈안 식귀 내부와 외관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귀신은 물론이고, 참가자들이 ‘더욱’ 무서워할 수 있도록 곳곳에 배치된 다양한 설치물들 때문에 체험하는 방문객들의 곡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실내형 공포체험 중, 최고를 경험하고 싶은 방문객에게는 혈안 식귀 공포체험을 추천한다.

국내 최장 길이 야외 공포체험, 살귀옥

참가자들이 퇴마술사가 돼 살귀로 변한 악귀들을 쫓아내는 공포체험이다. 입구로 체험자를 마중 나온 포졸이 전하는 생생한 연기에 체험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공포감이 몰려온다.

살귀옥으로 안내하는 포졸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포졸은 “사또들이 해결하러 들어갔지만,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습죠”라는 말을 남기고 살귀옥으로 체험자를 떠민다. 총 8개의 체험 코스를 가지고 있는 살귀옥은 기본 진행 시간이 15분이 넘을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실내와 야외를 오가는 공포체험이기 때문에, 밤에 하게 될 경우, 그 스릴과 무서움을 두 배가 될 것이다.

살귀옥 내부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여러 굴을 지나 체험이 마무리될 무렵에는 미로가 나온다. 귀신이 어디서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에 미로를 풀고 밖으로 탈출해야 한다는 사실이 참가자를 두렵게 만든다. 살귀옥은 기본적으로 혈안 식귀보다 공포 수위가 높아 만 13세부터 체험할 수 있다. 체험 도중에 나타나는 일부 구간은 도망칠수록 갇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 폐소공포증을 앓고 있는 방문객이라면 참가를 지양하는 것이 좋다.


살귀옥 내부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땀범벅이 돼 모든 체험 코스를 마치고 탈출하면,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이벤트가 있다. 여러 소원이 적힌 부적 중 하나를 골라 직접 금줄에 매달아 살귀들을 봉인하는 체험까지 마쳐야 비로소 살귀옥의 모든 코스가 끝난다.


살귀옥 내부(왼쪽), 살귀옥 부적(오른쪽)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그런 게 뭐가 무섭냐?”라고 말할 수 있는 당신, 살귀옥에 도전해 보자. 직접 체험해 본 평을 전해드리자면 단연, 지금껏 해 본 모든 공포체험 중에 가장 무서웠다고 말할 수 있다.

“과거와 현대의 만남” 눈을 뗄 수 없는 야간 공연

민속촌의 밤이 을씨년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살귀옥, 혈안식귀, 살인 수사 등 무시무시한 일들을 겪은 마음을 달콤한 노래로 어루만져 줄 시간이 왔다. 저녁 8시 20분부터 진행하는 ‘연분’은 민속촌에서 꼭 봐야 하는 공연 중 하나로 꼽힌다. 늦은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연분을 보기 위한 방문객들로 공연장은 인산인해였다.


연분 포스터(왼쪽), 실제 공연 모습(오른쪽) / 사진= 한국민속촌 홈페이지, 김규란 여행+ PD

연분은 두 남녀 사이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한다. 공연장 전체를 조망하는 빛에 다양한 그림 조각을 끼워 만든 섀도 아트(Shadow Art)가 공연의 시작을 알린다.

‘연분’ 섀도 아트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공연장이 아닌, 무대 정중앙으로 빛이 옮겨 가면 새로운 섀도 아트가 펼쳐진다. 여러 명의 무용수가 몸을 이리 저리 꺾어 만들어낸 형태에 빛을 비추니 생각지도 못한 모양이 만들어진다.

‘연분’ 섀도 아트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애절한 노래에 맞춰 만들어지는 다양한 이미지에 관객들이 탄성을 내뱉는다. 섀도 아트로 표현한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를 끝으로, 북을 든 사내들이 무대 중앙으로 나타난다. 강렬한 소리가 공연장을 뒤흔들 때, 어느샌가 등장한 판소리꾼이 지르는 구수한 우리 가락이 웅장한 북소리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공연 ‘연분’ / 사진= 김규란 여행+ PD


시큰둥하게 지켜보던 관객들도 어느새 북소리에 맞춰 몸을 흔든다. 외국인 관광객도 연신 “브라보”를 외친다. 쇼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LED 조명을 두른 무용수들이 펼치는 춤이다. 북소리와 애절한 노랫소리, 화려한 LED가 번쩍이는 공연은 그야말로 황홀하다.

공연의 피날레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공연을 마치고 난 뒤 여기저기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진다. 감동한 관객들이 저마다 나누는 말은 연분에 대한 칭찬으로 가득하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 발이 퉁퉁 부었다고 해도, 현대와 과거의 만남을 아름답게 표현한 ‘연분’ 공연은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한다.


더운 여름에는 오싹오싹한 귀신 이야기가 재미있게 느껴진다. 털이 오소소 일어나는 섬뜩한 체험을 하고 싶다면 이곳 민속촌이 제격이다. 무시무시한 귀신들이 가득한 민속촌에서 소리를 지르며 스트레스를 풀어보자. 소리 지르고, 무서워하고 또 그런 모습에 정신없이 웃어보자. 서늘했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 줄 공연까지 알차게 즐겼다면 잊지 못할 또 하나의 추억을 쌓았음을 알게 될 것이다.

글= 박한나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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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나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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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밌겠어요. 아이들 의견 좀 물어보고 갈께요!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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