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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 성수에 ‘숲멍’과 산나물 건강식이…도심 속 이색 힐링 장소

장주영 여행+ 기자 조회수  

‘팝업스토어 성지’인 성수동에 숲을 보며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숲멍’을 즐긴 후 시골 어르신이 직접 재배한 산나물밥까지 맛보면, 지쳤던 몸과 마음을 모두 ‘힐링’할 수 있다. 늘 북적이는 성수에서 나를 위한 ‘쉼’이 있는 의외의 장소 두 곳을 소개한다.

1. 그린랩(Green Lab)


그린랩 2층 체험 공간 / 사진=유준 여행+ 기자

“세상의 소음을 끄고 대신 나의 이야기를 들어봐요”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곳이자, 고요한 가운데 다른 이들과 마음을 나눌 수도 있는 곳. 통유리창 너머 숲이 보이는 성수 그린랩 2층에선 ‘나만의 서울숲 즐기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린랩에서 제공하는 리추얼 용품 / 사진=석현진 여행+ PD

이용자 모두의 고요를 위해, 휴대전화와 카메라 소리는 물론 일행과 소곤거림도 이곳에선 ‘잠시 멈춤’이다. 감시하는 직원은 따로 없다. 바닥에 마련된 좌식 의자에 앉으면, 입장 시 제공되는 바구니 속 책, 노트, 펜, 꽃과 차 한 잔이 함께한다. 무엇보다 창밖의 자연이 사시사철 달라지는 매력의 풍경을 선물한다.

동네 뒷산에서도, 건물 옥상에서도 경관을 보며 생각에 잠길 수는 있다. 하지만 그린랩처럼 ‘고요한 쉼을 함께하자 약속한’ 곳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특히 도심 한 가운데에선 더더욱 드물다. 이곳에선 서로 다른 곳에서 온 이들이 묵묵히 각자에게 집중하는 것을 응원한다.


꽃다발과 차 / 사진=유준 여행+ 기자

예약 시간 동안 공간을 이용하며 그린랩이 직접 선정한 작가의 책을 필사할 수도 있고, 책 주제에 맞춰 제조한 차를 마시며 ‘숲멍’을 할 수도 있다. 바구니에 담긴 것 외에 다른 책도 입구 옆 책장에서 골라볼 수 있다. 최근 책 선정 주제는 ‘건강’이며, 절기마다 달라진다.


필사 노트 / 사진=석현진 여행+ PD

그린랩이 선정한 책 / 사진=석현진 여행+ PD

아니면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좋다. 각종 자극적인 미디어 콘텐츠의 홍수를 피해 일부러라도 가만히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요즘이니 말이다.

서울숲 즐기기 체험 중 가장 감명 깊은 부분은 녹색 노트 속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다. 언제 어디서 왔을지 모를 이들이, 각자의 사연과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작은 노트 안에 풀어놓는다. 실없는 웃음 속 고민을 푸는 해학도 있고, 아픈 사연을 담담히 적어내는 꿋꿋함도 있다. 모든 이의 행복을 기원하는 따뜻함과, 위로의 글귀를 나누는 애틋함도 있다. 그린랩 2층을 찾는다면 꼭 이 노트를 펼쳐보길 권한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녹색 노트 / 사진=석현진 여행+ PD

그린랩은 ‘리추얼(Ritual, 의례)’을 위해 설계된 공간, 리추얼 플랫폼이다. 여기서 리추얼이란 ‘일상을 지켜주는 나만의 작은 의식’이다. 건강한 삶을 위한 루틴에 가까운 뜻으로, 의식적으로 나를 관찰하고 돌본다는 점이 특징이다. 조용한 공간에서 숲을 바라보고, 차를 마시고, 글을 적는 것 또한 그린랩이 제안하는 리추얼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할 즈음 개업한 그린랩은 거리 두기에 지친 많은 이들에게 힘이 됐다. ‘서울형 웰니스 70선’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성수동 특성상 20~30대 젊은 층이 많이 찾는다. 주로 혼자 오는 손님이 많다. 서울숲 즐기기 체험은 각 시간대에 최대 8명이 한 번에 이용한다.


그린랩 리추얼 용품 / 사진=석현진 여행+ PD

그린랩에선 향, 다구, 식물 등 리추얼 용품도 판매한다. 3층 옥상에선 각종 계절 차와 다식을 음미하며 취향에 맞는 차를 찾아보는 ‘차 마실’ 프로그램이 열린다. 입문자에게 친절히 다가가려는 취지에 ‘다도’보단 차 마실이라 이름 지었다.


그린랩 외관 / 사진=석현진 여행+ PD

요가, 명상 클래스도 있다. 다양한 강사진이 그린랩에서 사람들이 건강한 습관을 들이도록 돕는다. 인플루언서 ‘요가소년’, ‘마인드풀 러닝’의 저자 김성우 씨와 함께하는 강의도 진행한다.


그린랩 외관 / 사진=석현진 여행+ PD

이외에 북토크 등 다양한 활동이 그린랩에서 열린다. 내년 초부터는 인문학 강의도 진행될 예정이다. 밑미(Meet me)라는 온라인 리추얼 플랫폼과도 협업해 더 많은 이에게 리추얼을 알리고 있다. 차가운 도시 속 사람들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온기를 건네는 그린랩을 눈여겨보길 추천한다.

2. 소녀방앗간 서울숲시작점


산나물밥과 우렁된장국 / 사진=유준 여행+ 기자

“시골 어르신의 산나물 도심 속에서 맛봐요”

이곳의 나물은 그냥 나물이 아니다. 남녀노소에게 인기인 김부각도 마찬가지다. 시골 어르신이 직접 재배‧채집한 청정 식재료를 활용한다.


소녀방앗간 서울숲시작점 내부 / 사진=소녀방앗간 홈페이지

사회적기업 ‘주식회사방앗간컴퍼니(대표 김민영)’의 한식당 ‘소녀방앗간’은 오지에서 올라온 건강한 재료로 집밥 같은 한 끼를 제공한다. 성수동의 서울숲시작점은 소녀방앗간이 처음 문을 연 곳이다. 재료는 경북 청송, 전남 나주 등 전국 10여 곳에서 공수한다. 가공 과정과 생산 계획에도 참여한다.

가장 많이 구매하는 곳은 경북 청송인데, 여기엔 김민영 대표의 창업 사연이 담겨있다. 취업준비생 시절, 김 대표는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할 겸 청송에 내려갔다. 마을 어르신은 정직하게 농사지은 작물로 만든 된장찌개와 채소 쌈 등을 대접했다. 자취하며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던 김 대표에게 자연의 맛도 ‘꿀맛’이었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위안을 얻었다. 정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질 좋은 작물이 합리적 유통 경로를 못 찾는 경우가 많은 것을 알게 됐고, 이를 해결하려 노력하다 보니 지금의 소녀방앗간이 탄생했다.


산나물밥 / 사진=유준 여행+ 기자

소녀방앗간 음식은 산나물밥을 기본으로 한다. 나물은 취나물이 많이 쓰인다. 산나물밥 단품을 주문하면, 하남 센트럴키친에서 당일 조리한 밑반찬과 저염 된장국(염도 0.6~0.7%)이 함께 나온다. 직접 짠 참기름과 들기름(HACCP 인증)도 쓰인다. 뚝배기에 향긋한 산나물밥이 가득 담겨있는 모습을 보면, 성수동 한복판이 아니라 산자락 마을에 있는 기분이다.


우렁된장국 / 사진=유준 여행+ 기자

여기에 다른 요리가 추가된다. 우렁된장찌개(염도 0.7~0.8%), 고춧가루제육볶음, 꽃핀수육 중 선택하면 다양한 조합이 만들어진다. 재래식 된장 향이 그윽한 우렁된장찌개는 낮은 염도에도 싱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려는 노력의 결실이다.


고춧가루 제육볶음 / 사진=유준 여행+ 기자

고춧가루 제육볶음 / 사진=유준 여행+ 기자


산나물밥과 고춧가루 제육볶음 / 사진=유준 여행+ 기자

제육볶음은 부드럽게 씹히며 밥과 좋은 궁합을 보인다. 꽃핀수육의 ‘꽃’은 히비스커스 꽃잎 절임이다. 담백한 수육에 다진 고추와 히비스커스 절임을 함께 먹으면 일품이다. 참명란비빔밥, 장아찌불고기밥 비빔밥 2종 및 죽 메뉴도 있다. 모두 양껏 먹어도 속이 부대끼지 않고 편하다.


꽃핀수육 / 사진=유준 여행+ 기자

장아찌비빔밥 / 사진=유준 여행+ 기자

산나물밥, 우렁된장찌개…이곳 메뉴는 이름만 들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소금 섭취를 줄이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소녀방앗간에서 자주 쓰는 취나물은 칼슘과 칼륨이 풍부하며, 비타민A 함량이 배추의 약 10배다. 고기가 탈 때 발생하는 발암물질을 80% 이상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한방에서는 감기를 치료하는 약재로 쓴다. 소녀방앗간에선 손님이 앉으면 먼저 내어주는 음료도 주로 취나물을 우린 물이다.


취나물차 / 사진=석현진 여행+ PD

음식을 먹는 속도에도 신경 쓴다. ‘풍류 피아니스트’로 유명한 임동창 피아니스트가 작곡한 ‘우리 풀꽃 이야기’가 매장에 항상 울려 퍼진다. 손님이 천천히 식사하도록 고민한 결과다. 회전율을 추구해 빠른 음악을 트는 곳과 차별화된다. 조명과 인테리어도 고객에게 집 같은 편안함을 주려고 노력했다.


소녀방앗간 내부 / 사진=석현진 여행+ PD

오미자청, 사과청 음료 / 사진=석현진 여행+ PD

소녀방앗간은 채식주의자 요청에 최대한 협조하는 것이 정책이다. 기존 메뉴에서 고기, 달걀을 두부로 대체하는 등 방식이다. 가공식 알러지가 있는 사람에게도 이곳은 좋은 선택이다.

가게 매대에는 부각, 발효장, 원당 발효청 등을 판매한다. 매장에서 직접 먹어볼 수 있는 부각과 발효장이 많이 팔린다. 올 4월 오픈한 자사 온라인 스토어에서도 각종 청정 식재료를 주문할 수 있다.


부각 등을 판매하는 매대 / 사진=석현진 여행+ PD

소녀방앗간은 수도권에 7개 지점이 있다. 최근엔 케이터링, 온라인 쇼핑몰에 집중하고 있다. 케이터링은 공공기관, 기업 등에서 많이 이용한다. 대법원도 소녀방앗간의 단골 고객이라고 한다. 자극적인 음식에 지치기 십상인 요즘, 소녀방앗간에 들러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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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영 여행+ 기자
content@www.trip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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