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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마을은 식상해” MZ 여행자들이 전주 공장단지로 가는 이유

김지은 여행+ 기자 조회수  

버려진 폐공장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팔복예술공장

1979~1992년 ‘쏘렉스(구 썬전자)’ 공장으로 운영되던 곳

카세트 테이프 생산하던 공장을 문화 공간으로 재생

남들이 잘 모르는 여행지만 골라 가고, 숨겨진 여행지를 발굴하는 걸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올가을 여행지로 전북 전주를 추천한다. ‘한옥마을’로 전국구 여행지가 되어버린 전주에서 새롭게 발견한 명소는 덕진구 팔복동 산업단지 한가운데 있다. 고즈넉하고 예스러운 분위기의 한옥마을과는 정반대인 공장이 즐비한 산단에서 발견한 진주는 바로 팔복예술공장이다.

팔복예술공장은 전주역에서 차로 약 20분쯤 떨어져 있다. 전주역에서 팔복예술공장까지 가는 길은 세 가지다. 전주역을 등지고 전북대학교 병원 방면으로 깔린 큰길을 이용하거나, 건지산을 자락을 거쳐 가거나 철도와 나란히 난 지방도를 따라가는 방법이다. 마침 전주동물원도 둘러볼 참이어서 두 번째 방법을 택했다. 건지산 자락 숲길을 지나고 전주 제 1일반산업단지에 들어서면서 조금은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굴뚝마다 연기가 자욱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어딘가 삭막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팔복동 일대는 원래 농지였다. 60년대 산업단지로 지정되면서 처음 공장이 들어섰다. 팔복예술공장은 과거 카세트 테이프를 만들던 공장이었다. 1979년 문을 열어 1992년까지 운영됐다. 과거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은 채 재생 공간으로 되살아난 팔복예술공장은 회색빛 공장 지대 안에서 홀로 원색으로 반짝반짝 빛을 낸다. 간판부터 튄다. 물이나 기름을 저장했던 탱크로 보인다. 녹이 잔뜩 슬어 갈색으로 변한 원통형 탱크에 세로로 ‘팔복예술공장’이라고 큼직하게 적었다.

팔복예술공장은 크게 A·B동으로 나뉜다. 2016년 공사를 시작해 2018년 A동을 먼저 완성하고 이듬해에 B동도 문을 열었다. A동안 실제 작가들이 사용하는 작업실과 작품 전시실 등이 있고 B동은 그림책 도서관과 교육 공간으로 구성됐다. 전시실로 가기 전 ‘카페 써니’에 먼저 들렀다. A동에 자리한 카페 써니는 지역주민들이 운영하는 카페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지고 계신 지역 어르신들이 맛있는 커피를 내린다. 카페 써니를 채우고 있는 인테리어 소품과 건축 자재는 전부 재활용품이다. 가운데 긴 테이블 위에 달린 조명은 여공들이 앉던 의자를, 사각 테이블은 공장 문짝을 뜯어다가 만든 것이다.

김정임 팔복예술공장 해설사는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카페 써니에 우두커니 선 커다란 인형을 소개했다.

이곳이 옛날 쏘렉스(구 썬전자) 공장이었을 당시,

이곳에서 발행하던 노동운동 소식지 이름이 ‘햇살’이었어요.

1기 작가들이 협업해 팔복예술공장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만든 것이 바로 이 인형 ‘써니’입니다.

작가들은 당시 여공 사이에서 유행하던 차림으로 인형을 꾸몄다.

써니 손을 자세히 보세요. 몸에 비해 무척 작죠.

이 공장에서는 한때 여공 450~500명이 일했어요.

진안·완주·임실 등 전주 근교 시골에서

돈을 벌기 위해 온 16~17살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죠.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면서 돈 벌고

야간에는 학교에 보내줘 공부도 할 수 있어서 많이들 왔다고 해요.

어린 학생들은 가족을 먹여 살리는 가장이었어요.

손이 닳도록 열심히 일한 여공들을 표현하기 위해 손을 작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한창 잘 나가던 공장이 1992년 문을 닫은 이유는 카세트 테이프의 자리를 CD나 mp3 같은 신기술 제품이 대체했기 때문이다. 폐업에 결정타를 날린 건 1989년 일어난 노동운동이었다. 1989년 3월3일부터 1990년 4월 8일까지 장장 407일 동안 파업이 지속되면서 공장은 폐업 수순을 밟게 됐다. 92년 폐공장으로 남아있던 이곳이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한 건 문화체육관광부가 진행하는 문화재생사업에 선정되면서부터다. 4000평 공장 부지를 전주시와 문체부가 반반 예산을 투입해 매입을 하면서 본격적인 공간 재생이 시작됐다. 처음엔 주민 반대도 있었다. 공간 재생이 아닌 아예 새 건물을 짓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협의를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A동 2층이 메인 전시장이다. 이곳엔 옛날 공장 시절 카세트 테이프 조립 공정을 담당했던 생산 2과가 있었다. “직사광선은 피하고, 내부 온도를 18~23도로 유지하기 위해 창을 높게 달았다고 해요. 마지막으로 ‘해찰’부릴까봐. 해찰부리다는 전라도 방언로 쓸데없이 딴짓을 한다는 뜻인데요. 창이 눈높이에 있으면 일에 집중 못 할까봐 겨우 천장 가까이 작은 창을 냈다고 합니다.”

B동으로 가기 전 김정임 해설사가 꼭 보여줄 곳이 있다며 옛날 화장실 자리로 데려갔다. 여공 500명이 일하던 공장에 여자 화장실은 딱 4칸뿐이었다. 옛 모습에서 크게 변하지 않은 실제 화장실 역시 전시 공간의 일부다.

팔복예술공장이 ‘재생’과 ‘예술’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공장의 옛날 모습을 보여주는 시청각 자료를 곳곳에 배치해 공간의 역사를 계속해서 일깨운다. 전시 동선을 따라 예술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A동에서 B동으로 발길이 이어진다. 내부 구경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면 삭막했던 주변이 달리 보인다. 어둡다고 생각했던 역사는 기억하고 공감해야 할 시대정신으로 되살아난다.

팔복예술공장 근처에는 공장단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명소가 하나 더 있다. 잿빛 공장단지를 가로지르는 철길을 따라 조성된 1.4㎞ 길이의 이팝나무 터널이다.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전주 신혼부부들은 죄다 여기서 웨딩 촬영을 했단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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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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